청국장 속 미생물의 세계: 고초균부터 나또균까지
청국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발효식품으로,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다양한 건강상 이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국장의 특성은 발효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청국장에 포함된 균들의 종류와 특징, 그리고 일본의 나또와의 비교를 통해 청국장의 미생물학적 특성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청국장의 주요 발효균: 고초균(Bacillus subtilis)
청국장의 발효는 주로 고초균(枯草菌)이라 불리는 바실러스 서브틸러스(Bacillus subtilis)에 의해 이루어집니다^6. '고초'라는 이름은 이 균이 마른 풀이나 토양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7. 전통적인 청국장 제조 과정에서 볏짚을 뭉쳐 삶은 콩에 넣는 이유도 바로 이 볏짚에 서식하는 고초균을 접종하기 위함입니다^7.
고초균은 바실러스(Bacillus) 속에 속하는 세균으로,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를 대량 생성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5. 이 효소는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유리시키고, 이로 인해 청국장 특유의 맛이 형성되며 소화율도 높아집니다^5.
고초균의 놀라운 생존 능력
고초균은 다른 미생물과는 달리 매우 뛰어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내열성
고초균은 열에 매우 강한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미생물과 달리 100°C의 고온에서도 약 40분 정도 생존이 가능합니다^7. 이는 청국장을 국이나 찌개로 조리해도 균이 완전히 사멸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 포자 형성 능력
고초균의 뛰어난 생존력은 포자 형성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이 균은 열악한 환경에서 포자를 형성해 스스로를 보호합니다^7. 곰팡이보다 더 강한 포자를 형성하여 고온이나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8.
특히 놀라운 점은, 끓는 물에 노출되면 길쭉한 모양의 바실러스 균이 동그란 포자 형태로 변했다가, 환경이 적합해지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8. 실험에 따르면, 끓인 직후 포자 형태로 변했던 균이 6시간 후에는 다시 길쭉한 바실러스 균의 모양으로 되살아납니다^8.
3. 내산성
고초균은 위산에도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어, 빈속에 섭취해도 위산에 의해 사멸하지 않고 장까지 잘 도달할 수 있습니다^7. 이는 유산균이 위산에 약해 쉽게 죽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4. 건조 저항성
고초균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저항력을 보입니다. 청국장을 말려도 고초균은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있습니다^7. 이는 볏짚과 같은 건초에서도 잘 서식할 수 있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청국장과 나또의 균주 비교
청국장과 일본의 나또는 모두 콩을 발효시켜 만든 식품이지만, 그 제조 방법과 특성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생물학적으로 보면 두 식품은 매우 유사합니다.
나또균과 고초균의 관계
과거에는 나또균을 '바실러스 낫또(Bacillus natto)'라고 불렀지만, 2002년 16sDNA 유전자 분석 결과 고초균(Bacillus subtilis)과 동일한 종으로 판명되었습니다^3. 현재는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 'Bacillus subtilis (natto)'로 표기하기도 합니다^3.
사실 공식적인 미생물 명명법에서는 종 이름 뒤에 괄호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나또균의 특수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러한 표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3.
청국장과 나또의 차이점
청국장과 나또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는 냄새입니다. 제대로 만들어진 청국장은 특별한 냄새가 없어야 하며, 만약 독특한 냄새가 난다면 이는 고초균 이외의 잡균 때문입니다^7. 반면 나또는 단일균에 의해 발효되기 때문에 별다른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7.
청국장과 된장의 미생물학적 차이
청국장과 된장은 모두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전통 발효식품이지만,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생물 다양성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된장에 분포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청국장에 분포하는 미생물보다 약 3~4배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 이는 된장과 청국장의 숙성기간과 제조공정의 차이 때문입니다^2.
대표 미생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통한 연구 결과, 된장에서는 고초균(Bacillus subtilis)과 호염성균(Tetragenococcus halophilus)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며, 청국장에서는 프로바이오틱 미생물 중 일부(Enterococcus faecium, Lactobacillus sakei)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
청국장과 유산균에 관한 오해와 진실
청국장이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청국장에 유산균이 많다는 오해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없다?
청국장의 발효는 유산균이 아닌 고초균에 의해 이루어집니다^5. 유산균은 당을 발효하여 유산(젖산)을 생성하는 균으로, 청국장 발효 과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5.
유산균은 열에 약하고 신맛을 내는 특성이 있는데, 청국장은 발효가 진행되어도 신맛이 나지 않으며 열처리를 해도 균이 생존하는 특성을 보입니다^7. 이는 청국장의 발효가 유산균이 아닌 고초균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증거입니다.
간혹 청국장에서 신맛이 난다면, 이는 발효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유산균이 끼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7. 그러나 청국장을 띄우는 환경은 유산균 서식에 적합하지 않아 유산균이 우세균이 되기는 어렵습니다^7.
청국장 균의 건강상 이점
청국장의 고초균은 위산을 통과해 장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장에서 다시 활성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8. 비록 고초균이 인간의 장에서 정착하기는 어렵지만, 고초균이 많은 청국장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유해균 증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7.
또한, 고초균은 나토키나제 같은 효소를 생성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7, 청국장에 함유된 다양한 생리 활성 물질은 체중 감소와 지질 저하, 항산화 효과, 항알러지 효과 및 인체 암세포 성장 억제 효과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갖고 있습니다^2.
결론: 청국장, 미생물의 보고
청국장은 고초균의 놀라운 생존력과 발효 능력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 전통의 발효식품입니다. 비록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청국장에는 유산균이 주로 분포하지 않지만, 고초균과 그 외 다양한 미생물이 청국장의 영양학적 가치와 건강상 이점을 만들어냅니다.
청국장과 나또는 같은 종류의 균(Bacillus subtilis)에 의해 발효되지만, 제조 과정과 환경의 차이로 인해 약간의 차이점을 보입니다. 또한 청국장과 된장은 모두 콩을 원료로 하지만, 서로 다른 미생물 분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청국장의 미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이 전통 발효식품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올바르게 소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청국장과 같은 전통 발효식품의 미생물학적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 그 가치와 활용성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해 봅니다.